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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취재파일 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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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17-11-09 16:57 조회1,16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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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은 폐업, 요양시설의 그림자 

 

<프롤로그>

<녹취> "'안가면 안됩니다.' 하는데. 내가 고함을 질렀거든. 난 몰랐던 거야. 어느날 갑작스럽게 이야기를 하니까. 눈이 멍멍하고, 정신도 못차리겠고."

<녹취> "나가라고 문닫는다고 하면 우리는 갈 곳이 없다고. 일단 들어왔으면 우리는 여기서 죽어야 해. 자식들 폐끼치기 싫어."

<녹취> 보호자 : "갑자기 이런 일이 생기니까, 그래서 이걸 어떻게 해야 되나. 그러다가 요양원도 찾아다녀보고."

<오프닝>

여러분들은 부모님들이 나이가 더 들고, 아픈 곳이 더 많아지면 어떤 방식으로 부모님들을 모실 생각인가요?

지난 2000년 우리나라가 고령화사회로 접어든 이후 요양기관의 숫자도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운영되고 있는 요양병원은 모두 1300여곳에 이르는데요.

하지만 이런 요양병원들 가운데 일부가 환자들의 편의를 고려하지 않은 채 갑자기 문을 닫는 경우도 있어 환자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습니다.

요양병원 관계자들과 환자들을 만나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수도권에 있는 한 요양원에 수백여 명의 보호자들이 모였습니다.

보호자들은 요양원 운영진들을 상대로 격렬하게 항의하기 시작합니다.

<인터뷰> 보호자(음성변조) : "보증금 문제 얘기하세요. 어떻게 할 건지 보증금 문제"

<녹취> 보호자(음성변조) : "속지 말라고 말씀드리는 겁니다.이 분들은 그냥 각서를 남발합니다. 지금까지 보증금 못받은 사람이 40명이 넘습니다. (얘기하는 데 자꾸 뺏지 마시라구요)"

보증금이 2천여만 원일 경우 매달 내는 돈이 2, 3백만원에 달하는 요양원.

이 요양원의 일부 직원들은 지난달 중순 임금 체불에 항의하면서 사표를 냈습니다.

경영난에 빠진 요양원 측은 환자들과 보호자들에게 곧 시설이 폐쇄될 예정이라며 다른 요양시설을 알아보라고 통보했습니다.

<녹취> 요양원 관계자(음성변조) : "일단은 그러면 다른 곳에 옮기고 싶은 의향이 있으시면 일단 알아보시고 (정상화 노력이) 잘 안될 수도 있으니까 미리 갈곳을 알아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요양원이 문을 닫을 것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환자들은 보증금 반환을 요구했지만, 현재까지 수십여 명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습니다.

<녹취> 보호자(음성변조) : "전기를 끊는다는 그 정도로 재단이 망했습니까? 왜 이런짓을 하냐구요! 사기꾼이잖아요 지금."

이 요양원의 운영진은 좋은 시설과 서비스를 유지하려다보니 적자가 누적돼 경영이 어려웠다는 말만 반복합니다.

<녹취> 요양원 대표(음성변조) : "저도 여러분들한테 정말 죄송합니다. 최근 1,2년 동안 굉장히 연체가 되고. 어렵습니다 회사가. 검증을 하시면 됩니다. 저희 수익, 단 10원도 보지 않았습니다."

환자들은 이런 경영진의 해명을 믿을 수 없다면서 불안함을 감추지 못합니다.

<녹취> 환자(음성변조) : "우리는 다 지금 걸음도 못걷고, 늙어서 90노인들이 어디를 가. 여기에 있다가 세상 떠나는 거지."

<녹취> 환자(음성변조) : "나가라고 문닫는다고 하면 우리는 갈 곳이 없다고. 일단 들어왔으면 우리는 여기서 죽어야 해. 자식들 폐끼치기 싫어."

지방에 있는 또 다른 요양병원.

요양병원을 운영하는 재단이 부도나면서 요양병원 폐쇄 여부를 놓고 경영진이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병원이 문을 닫을 것이라는 소문이 퍼지자 직원들도 동요하기 시작했습니다.

<녹취> 병원 관계자(음성변조) : "경영권 다툼 중에 직원들이 마음에 상처를 입고 거기다가 또 체불이 되고 (그러다 보니) 떠나고. 병원은 어차피 의료기기보다 더 중요한 게 의료진이지 않습니까. 의료진들이 떠난거죠."

남은 환자들은 언제 병원이 문을 닫을 지 모른다는 생각에 불안하지만, 이제까지 치료를 받아온 병원을 쉽사리 떠나지도 못합니다.

<녹취> 환자 보호자(음성변조) : "치료사가 자꾸 없어지는 거야.간호사도 없어지고. 자꾸 빠져나가는 거야. 많이 불안하지. 환자들은 지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속에서 환자들의 고통은 커지고 있습니다.

현재 보건복지부에 등록된 요양병원은 모두 1300여개.

지난 2009년부터 5년 동안 해마다 평균 220여개의 요양병원이 새로 문을 열었지만, 이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문을 닫았습니다.

경영상의 어려움, 병원 운영진의 개인적인 사유 등 이유는 다양합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연로한 환자들을 보호할 장치가 부족하다는 데 있습니다.

<녹취> "엄마 죽먹기 싫었어?"

파킨슨 병을 앓고 있는 80대 어머니를 요양병원에서 모시고 있는 김모씨.

지난 2월, 모시던 병원에서 일방적으로 폐업 통보를 받던 순간을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4년 동안 어머니를 모시고 있던 요양병원은 불과 일주일 전에 문자 한 통으로 폐업을 통보했다는 것입니다.

김씨는 생업을 모두 제쳐두고 어머니를 모실 새 요양시설을 찾기 위해 서울 곳곳을 뛰어다녀야 했습니다.

<녹취> 보호자 : "병원에서 어떤 비리를 저질렀는지 모르겠지만 그 사람들한테도 화가 났지만 당국에 대해서도 되게 많이 화가 났어요. 그냥 도장하나 딱찍고서 그래 니네 병원은 이러이러해서 문닫아야 돼. 그것은 그 사람에 대한 조치이지 환자들에 대한 조치는 아니잖아요"

정부 관계자는 요양병원이 폐업할때 연로한 환자들을 다른 병원으로 옮기는 조치가 먼저 이뤄져야한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현재의 법 규정상으로는 이를 강제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녹취> 보건복지부 관계자 : "규정이 없기 때문에 벌칙이나 이런 패널티를 주는 거는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구요. 반드시 (환자들) 전원조치를 해야 된다. 이런 의무부과 규정은 없는거죠."

지난 3월, 병원이 폐업할 경우 사전에 환자들에게 폐업 사실을 알리고 전원 조치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이 상정됐지만, 아직 통과되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김정숙(건강세상네트워크 위원장) : "지자체에서 어떤 병원이 폐원된다고 했을 때 환자들이 안전하고 안심하게 갈 수 있는 병원을 소개해준다든지 이런 것들이 사실 필요한데.. 지금 제도상으로 전혀 그런게 안되어 있기도 하고."

그나마 이 의료법 개정안에도 충분한 시간을 두고 환자에게 폐업 사실을 통보하라는 의무 조항은 빠져있는 상황입니다.

폐업하는 요양병원이 늘어나고 이로 인해 문제가 발생하는 것에 대해 요양병원을 운영하는 의사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녹취> 하태국(요양병원 원장) : "폐업한 그 병원의 환자들이 서울 곳곳에 서울 경기 지역곳곳의 병원으로 이제 거의 탈출하는 일사후퇴하듯이 탈출하는.. 그런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구요. 환자들 문제도 있지만 사실은 이제 직원들의 일자리가 없어지는 것도 문제구요."

요양병원 의료진들은 지난 2008년부터 요양병원 수가 체계가 하루 최저 2만 5천 원에서 최고 5만 5천원인 정액제로 바뀌면서 병원 재무구조가 악화되기 시작했다고 주장합니다.

서비스의 질과 관계없이 건강보험공단에서 나오는 요양급여를 제한했기 때문에 이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라고 요양 병원 관계자들은 말합니다.

<녹취> 염안섭(요양병원 원장) : "2만 5천원에서 최고 많아야 5만 5천원으로 모든 것을 해결해야 되는 현실이 과연 지금 대한민국의 일반적인 삶의 수준과 부합한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환자들을 책임지지 않는 일방적인 폐업이 가능하다는 허점을 악용하는 요양병원도 늘고 있습니다.

의사가 아닌 사무장이 설립하거나 의료생협의 형태로 운영되는 요양병원의 경우 환자들 보호에 소홀해질 가능성이 더 큽니다.

지난 5월 문을 닫았던 한 요양병원을 찾았습니다.

병원은 새 주인을 찾아, 한창 공사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녹취> 병원설비 관계자(음성변조) : "휴진해놓고 9월 중순이나 말쯤에 개업 다시 할 꺼예요. 리모델링하는 거예요."

이 병원은 생활협동조합의 형태로 운영되다가 갑자기 폐업을 결정했습니다.

그리고 폐업 이틀 전에야 환자들에게 폐업 소식을 알렸습니다.

<녹취> 인근 병원 관계자(음성변조) : "이야기들어보니까 3일 안에 바로 퇴소시키라고 이야기를 했다고 하더라구요. 3일만에 다빠졌습니다."

병원에 입원해 있던 환자는 모두 200여 명, 이 가운데 30명은 중증 환자였습니다.

요양병원의 인허가를 관리하는 보건소 측은 폐업 신고를 받은 뒤 이를 승인해줬습니다.

요양병원에 있던 환자들이 어떤 상태이고 어디로 갈지에 대해 점검하는 절차는 없었습니다.

<녹취> 보건소 관계자(음성변조) : "폐업은 직결입니다. 3시간 만에 바로 서류 들어오면 폐업 허가가 아니라 폐업 신고이기 때문에 신고만 들어오면 바로 처리해 드립니다."

당시 인근에 있던 병원으로 급하게 이동했던 김복영 할아버지를 만났습니다.

김씨는 병원의 무책임한 행태를 생각하면 아직까지 분통이 터집니다.

<인터뷰> 김복영(68세) : "놀랐지. 이게 무슨. 이런 일이 있나 하고. 나는 안간다고 하니까. '안가면 안됩니다.' 하는데. 내가 고함을 질렀거든. 난 몰랐던 거야. 어느날 갑작스럽게 이야기를 하니까. 눈이 멍멍하고, 정신도 못차리겠고."

현재 국내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는 환자는 30만여명.

부모를 봉양하기 힘든 사회 구조가 되면서 요양기관들의 문을 두드리는 사람들은 갈수록 크게 늘고 있습니다.

고령화사회로 빠르게 바뀌고 있지만 요양기관들을 관리하는 제도는 허점이 많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덕진(00요양병원 이사장) : "지금 요양병원의 기능을 하지 못하는 병원들이 상당부분 있는데 이 병원에 대해서는 요양시설로 전환을 하든지 정책적 통로를 좀 열어줘야 한되다고 건의를 한 적이 있습니다. 환자 중심으로 시스템을 걸고 해야되는. 경영의 방향성을 다시 정립해주면 계속 발전하는 병원으로 살아남지 않을까."

전문가들은 정부가 무조건 부실 요양기관들을 규제하겠다는 선언만 하는 대신 적절한 경영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더 나은 요양기관들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김찬우(카톨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우리가 삶을 마지막으로 보낼 곳은 요양원이나 요양병원 한 군데를 갈 수 밖에 없는 것이 거의 현실입니다. 일정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서 표준적인 서비스 제공을 법적으로 만들어서 이거를 병원이나 요양시설에 똑같이 적용을 해서 제도 안에서 이런 좋은 케어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합리적인 수가 체계를 유지해 요양병원들의 경영난을 해결해주고, 폐업에서 개원까지를 적절히 관리 감독하는 방안을 마련해야만 환자 중심, 노인 중심의 요양기관들을 만들 수 있습니다. 

 

  • 손은혜 기자
  • grace35@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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